11. 손안에 디자인 - 츠타야 서점과 라이프 스타일 (알아두면 좋은 이야기)

Design log/손안에 디자인 2020.05.26 댓글 Pluslab

11. 손안에 디자인 - 츠타야 서점과 라이프 스타일

 

시국이 시국인데 갑자기 일본 서점 이야기는 뭐야 하시지 말고, 마케팅이나 디자인을 하신다면 잠깐 시간 내서 읽고 가보세요. 저도 이 글을 쓰는 시점 전까지 츠타야 서점 사례를 몰랐는데, SNS에 올라온 글을 보고 디자인을 바라보는 저의 생각과 시점에 작은 변화를 갖게 됐고, 지식을 습득한 느낌이 들어 해당 사례의 정보를 이곳저곳에서 모아 올려봅니다.

 


 

서점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찾다, 츠타야 서점

단순히 책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 일본의 츠타야를 소개합니다.

HMG 저널 칼럼 (2019 / 01 / 30)

 


츠타야 서점은 어떤 곳?

 

츠타야는 일본을 베이스로 둔 회사로,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ulture Convenience Club)이 운영하는 음반, DVD, 책 등을 렌털 하고, 판매하는 공간이다. 1983년 히라카타 역 근처 35평 작은 대여점에서 시작한 이곳은 현재 일본 내 1,500여 개 매장을 갖춘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츠타야라는 이름은 설립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할아버지가 부업으로 운영하던 가게의 고풍스러운 이름에서 따왔다. 영화, 음악, 서적이라는 삼위일체의 멀티 패키지 스토어 MPS를 표방한 츠타야는 책을 중심으로 문구, 소품, 가전용품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제안하는 형태로 변모해왔다. 또한, 스타벅스, 패밀리 마트와의 융합 매장을 통해 접객력을 높이고 매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공간 영역을 확장했다.

 


문제의 발견과 해결

 

2011년 서점에 대한 회의가 지배적이던 시기에 츠타야는 다이칸야마에 4,000평에 이르는 부지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책이 잘 팔리지 않는 건 판매하는 쪽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서점이 도서 [판매] 장소에서 [구입] 장소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결론짓습니다.

 

서점이 도서 판매 장소[서점&출판 시장의 침체]에서 구입 장소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스다는 [ 소비 사회 변화 ]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말합니다. 

 

  • 퍼스트 스테이지 : 2차 세계 대전 이후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하며 폭증한 인구는 많은 제품을 필요로 했지만, 공급이 부족해 생산되는 물건에 대한 불만을 갖기보단, 소비하기 급급한 시대를 말합니다. 소비자의 시선보단 공급자(공장)의 시대입니다.

  • 세컨드 스테이지 : 공급자들은 "생산만 하면 돈을 번다"라는 공식에 취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생산량을 늘렸고, 결과로 제품은 재고가 넘치게 됩니다. 이 시기를 세컨드 스테이지라고 하며, 소비자들은 품질을 기본으로 한 다양한 물건에 니즈를 갖게 되고, 흐름에 맞춰 고객이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접점)이 등장합니다.
    (대형마트, 드러그 스토어 등)

  • 써드 스테이지 : 앞서 등장한 플랫폼이 넘쳐나는 세상을 말합니다. 온라인 & 오프라인의 다양한 쇼핑 채널이 많아지고 소비자는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물건을 스스로 결정하고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화된 플랫폼 속에서 소비자는 수많은 선택지가 생겼고, 결정장애라는 단어가 등장한 현재에 이릅니다.

마스다는 포화 속 써드 스테이지에서 해법을 '제안 능력'이라 말합니다. 고객의 입장과 눈높이에 맞춘 제품을 알아서 찾아주고, 알려주며, 제안해주는 서비스, 즉 큐레이션을 말합니다.

 

" 이에 따라 서점의 상품 배치와 진열을 잡지, 단행본, 문고본 등 유통하는 입장에서 관리하기 용이한 분류가 아닌 음식과 요리, 디자인과 건축, 인문과 문학 등 고객에게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자동차, 푸드, 여행, 디자인, 문구 등 특정 분야에 대한 풍부한 견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 구성한 북 컨시어지 시스템(Book Concierge System)을 매장에 두어 고객을 위해 특별 컨설팅을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

 

*판매자의 입장 (카테고리 별 정리)에서 -> 고객의 입장 (이런 책은 어때요? 저런 걸 찾고 있나요?라고 제안)

 

더욱 쉬운 예가 있습니다. 우리는 츠타야 서점이 하는 방식을 유튜브에게 매일 '당'하고 있습니다. 잠을 청하기 전 잠깐만 유튜브를 보고 자야지 하는 생각에 어플을 킨 우리들은 유튜브에게 다양한 영상을 추천 '당'합니다. 

 

YOUTUBE : "야! 너 오늘은 베어 그릴스가 거친 환경에서 무엇을 주어 먹었는지 궁금하지 않니?"

YOUTUBE : "야! 비 1일 1 깡은 완수하고 왔니? 꾸러기 표정 모음도 보고 자야지?"

YOUTUBE : "야! 귀여운 고양이 보고 자라"

 

츠타야 서점은 유튜브가 하는 제안을 오프라인에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어쩌면 제가 츠타야 서점 사례를 늦게 알게 돼 더 신기한 느낌이 있지만 판매하는 장소가 아닌, 구입을 위한 제안을 한다는 개념은 패러다임 전환에 좋은 사례인 듯합니다.

 

 


츠타야 서점의 방식을 가전에도

(HMG 저널 글을 그대로 올리겠습니다)

 

츠타야는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을 포함해 서적이나 영화, 음악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왔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다면 반대로 물건이라는 ‘하드웨어’를 통해서도 제안을 실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려는 단순한 목적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2015년 도쿄 세타가야구 후타코 타마가와 역 근처에 문을 연 츠타야 가전입니다. 2,200평 규모의 넓은 상점 1, 2층에는 츠타야, 3, 4층에는 시네마 콤플렉스, 그리고 그 위에는 일본 인터넷 오픈 마켓인 라쿠텐 본사가 들어왔습니다. 기존 가전제품 매장은 텔레비전, 세탁기, 에어컨 등 상품에 따라 구역을 나누고 다양한 기업의 제품을 한데 모아 고객의 선택을 유도합니다. 이 방식이 지배적인 이유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안이 없는, 기껏해야 설명뿐인 것이 기존 매장의 가장 큰 취약점이었다.

이 방식으로는 인터넷 매장과 차별점이 없다고 생각한 츠타야 가전은 츠타야 서점처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형식으로 재편했습니다. ‘영화를 즐긴다’, ‘소통을 창출한다’ 등의 주제로 구분된 영역 안에서 더 구체적인 제안을 실행하고, 이 제안을 가능하게 하는 가전제품을 상품 분류 기준을 초월해 진열했습니다. ‘남자도 요리를 하자!’라는 제안을 통해 이와 관련된 가전제품과 남성을 위한 요리책 등이 하나의 공간에 공존하기도 합니다. 일찍이 츠타야가 영화, 음악, 서적의 복합체라는 이전까지 없었던 MPS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처럼 이번에는 가전제품과 서적을 결합해 제안하는 미래형 츠타야를 선보이게 된 것.

 

 


 

디자이너로 느낀 점

 

츠타야 서점의 사례를 읽기 전에는 디자인을 의뢰하는 고객님들의 브리프를 읽고, "그대로" 실천만 하려 했다. 하지만 고객님들 조차도 스스로 어떤 디자인을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유는 어떠한 디자인을 원하세요 라는 질문을 건네면,

 

1. 심플하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이요

2. 세련되지만 빈티지한 느낌이요 (말잇못....)

3. 화려하지만 모던한 느낌이요 

 

이게 힌트라면 힌트다. 앞으로는 당황하지 않고, 혹시 [이런 느낌]을 원하셨나요?라고 유튜브처럼 친절하게 제안을 해야겠다. 무작정 이건 좋은 아이디 어니까 받아들이세요!라는 자세보단 제안이 맞는 방향 같다. 여기서 [이런 느낌]도 로고 디자인 or 그래픽 디자인의 단순한 스타일 변화가 아닌,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능한 [의미]가 확장된 시안을 제안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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